이미 달 떴다
노승의 지팡이 내리꽂힌 바다에
펄펄 끓는 세속이 한바탕 뒤집히는 동안
사람들은 자기를 보는 것이다
내 안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길길이 날뛰는 불덩어리
바다를 끓이는 것이다
색깔도 정해지지 않은 길을 이리저리 섞어보다
굵은 원주 던져놓고 숨는거다
상기된 얼굴로 따라가다 어둠에 스러진 눈
잠잠이 바닷물이 간월암을 포위하기 시작한 시각
갈라진 동백나뭇가지 사이 해풍이 눕는다
동거 기간이 길어서인지 싸늘하고 귀찮은 무위도식쯤은 애교로 넘긴다
간지럽게 떠는 동백은 온몸에 열꽃이 피어 달뜨는 희열을 기억하는 것이다
경전 소리 들리지 않는 묵언의 수행시간 길어지는 암자에
달만 남겨두고 나와야 한다
길 위의 변화가 생기는 순간에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냉정함이다
어둠과 밝음의 경계에도 연연하지 않는 걸음
노승은 보이지 않고 바람만 머무는 간월암에
객들의 걸음이 분주하다
무학의 소리가 있었는지 불경소리가 들렸는지 조차 기억 할 수 없는
보름 사흘전의 숨
달도 익고 있을 것이다
